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캐나다 밴쿠버. 하지만 밴쿠버 시내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아름다운 항구 도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밴쿠버의 이스트사이드 시내. 열 블록 남짓한 이 구역 안에는 쓰러져가는 값싼 호텔과 전당포 건물이 늘어서 있고, 거리에는 쓰레기와 쓰고 남은 피임 기구, 주사 바늘이 넘쳐났습니다.
이곳에는 흉흉한 소문이 거리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그 소문은 시내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1978년부터 2001년까지 이스트사이드 시내에서 실종된 여성은 최소 65명. 매년 세 명 꼴로 여성들이 사라졌고,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실종자 명단에 적힌 이름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누군가는 그들이 단지 집을 나간 것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그것이 연쇄 살인범의 소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라진 여성들에 대한 소문은 그렇게 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스트사이드 시내에 거주하던 사라의 일기장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다음은 내가 될까? 그가 지금 나를 보고 있는 것일까? 포식자처럼 나를 따라와서 최고의 순간까지 먹잇감을 노려보다, 결국 내가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좋은 질문이다. 내가 이 답을 알아낸다면 나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1995년 12월. 사라는 이 일기를 적었고, 2년 뒤 그녀는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17번째로 실종자 명단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사라진 여성들
2001년 캐나다 밴쿠버. 여성들의 실종이 계속되자 왕실 캐나다 기마 경찰대(Royal Canadian Mounted Police)와 벤쿠버 경찰은 ‘실종 여성 특별 수사팀’을 꾸렸습니다. 특별 수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밴쿠버 이스트사이드 시내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실종은 1978년 릴리안 진 오데어의 실종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83년 6월, 당시 23세의 레베카 구노가 밴쿠버 시내 동쪽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1984년 1월, 40대 초반의 셰리 레일이 실종되었고, 1986년 일레인 아우얼바흐 등 다수의 여성들이 차례로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실종된 여성들의 공통점은 이스트사이드 시내에서 활동했다는 것과 성매매에 종사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종자 대부분은 캐나다 토착민 여성이었습니다. 특별 수사팀은 성범죄 전과가 있는 100여명의 목록을 작성해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실종자들이 주로 활동했던 이스트사이드 중심가는 범죄자들로 가득 찬 값싼 호텔과 노동자를 위한 간이 숙박 시설, 그리고 마약 밀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곳은 길거리 갱단, 폭주족, 마약 거래상, 포주와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소굴이었습니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과 소녀들 중 상당수가 마약 중독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신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80%는 밴쿠버 외곽에서 왔고, 몇몇은 몇 년 동안 가족들과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스트사이드 시내는 거리 이름만으로 도시의 포식자에게는 완벽한 사냥터였습니다.
피해자의 우선 순위
실종되는 여성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계속되자,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혼자 이스트사이드 시내를 걷기 꺼려했습니다. 그들은 다른 여성들을 태우고 간 차의 번호를 적어놓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종은 계속되었습니다.
잠시 머물고 떠나는 이스트사이드 시내 사람들의 생활 방식 때문에 실종자들은 대부분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녀들은 언제나 잠시 머물다 사라지곤 했고, 그것은 그들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여성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해도, 그 사건이 경찰에 보고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리곤 했습니다. 1984년에 사라진 셰리 레일의 실종 신고는 3년동안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1991년. 실종 여성의 가족들과 성매매 종사자 지원 단체는 실종된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발렌타인 데이에 거리에 나와 행진을 했습니다. 이들은 경찰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밴쿠버 경찰은 연쇄 살인범이 실제로 있거나 실종된 여성들이 살해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거부했습니다.
밴쿠버 경찰은 수사를 착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했으며, 실종자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경찰력에 부담이 되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찰은 실종 여성들이 이사를 갔거나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심리 프로파일링과 지리 프로파일링이 새롭게 도입되던 시기였지만, 경찰은 새로운 수사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 연쇄 살인을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밴쿠버 경찰서의 몇몇 경찰들은 계속된 실종을 연쇄 살인범의 소행으로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 당시 수사관 로쏘모: 저는 그 당시 데이터를 활용하여 20년 전에 있었던 실종부터 차례로 되짚어봤고, 일반적으로 일년에 한 명 또는 두 명, 어떤 해에는 한 명도 실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하지만 이 숫자는 1996년, 1997년, 1998년에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죠. 이걸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쇄 살인 이었습니다.
당시 범죄분석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부임한 수사관(Det Insp) 로쏘모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분석을 주요 범죄 담당자에게 보고했을 때, 그들은 이 지역 여성들이 한 철 머물다 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래서 아무런 말없이 도망갔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추정이었습니다. 비록 그 여성들이 마약 중독 문제가 있고 가난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족, 친구, 그리고 그들의 지역 사회와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밴쿠버 경찰의 간부들은 아직 여성들의 시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실종된 여성들에게 어떠한 범죄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는 한, 사라진 여성들은 수사의 우선 순위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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